[36] 음악을 바꾼 기계들: PC Music - 팝의 해체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감정의 실험
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Vibe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가짜처럼 들리는 음악에 진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PC Music에서 하이퍼 팝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정을 왜 기계로 재현하려 드는가?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음악은 점점 더 사람의 ‘진짜 감정’을 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아티스트들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감정은 진짜여야만 하는가?” “가짜처럼 들리는 감정은, 오히려 더 진짜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질문의 가장 급진적인 대답이 바로 PC Music입니다. 이 음악은 Auto-Tune을 숨기지 않고, 사운드를 날려버리고, 목소리를 ‘디지털 인형’처럼 바꾸어버립니다. 처음 들으면 불쾌하지만, 자꾸 듣게 되고, 어느새 감정이 터집니다. 이건 팝이 아닙니다. 팝의 모조품처럼 보이는 감정의 실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새로운 ‘진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PC Music의 등장 - 완벽한 가짜로부터 시작된 진짜 실험
2013년, 런던에서 작은 인터넷 레이블 하나가 조용히 등장합니다. 이름은 PC Music. 창립자는 프로듀서이자 예술감독인 A. G. Cook. 그는 팝의 모든 요소 - 멜로디, 목소리, 비트, 뮤직비디오 스타일까지 - 를 극단적으로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PC Music의 음악은 일부러 너무 달콤하고, 너무 왜곡되어 있고, 너무 ‘플라스틱’ 같습니다. 음정은 일부러 과하게 튠되어 있고, 드럼은 비현실적으로 가볍고, 보컬은 실제 사람인지 AI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가공되어 있습니다.
Cook은 이를 통해 질문합니다. “진짜 감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언제부터 진짜와 가짜를 소리로 구별할 수 있었나?” 그의 음악은 비판받았고, 동시에 열광적으로 소비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계속 그걸 들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이건 지금 시대의 감정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 음악이다."
A. G. Cook - 디지털 시대의 모차르트?
A. G. Cook은 단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시각예술, 패션, 사운드 디자인, 브랜딩까지 모든 요소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내는 전략가입니다. 그는 ‘음악도 UI(User Interface)처럼 구성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결과 PC Music은 하나의 브랜드이자 미학이 되었습니다. 그는 Charli XCX의 커리어를 재정의했고, SOPHIE와 함께 하이퍼팝의 뿌리를 심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포스트-인터넷 시대의 필 스펙터”라 부르기도 했죠. Cook의 핵심 사운드는 과도한 튠, 빠른 BPM, 비현실적인 코드 프로그레션, 그리고 철저히 계산된 감정입니다. 그 안엔 진짜는 없지만, 진짜보다 더 강렬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SOPHIE - 기계와 감정의 완전한 융합
PC Music이 이론적이었다면, SOPHIE는 감각의 실험이었습니다. 그녀는 사운드를 통해 ‘몸’을 이야기했습니다. 고무처럼 튀는 드럼, 찢어지는 듯한 신디사이저, 금속성 보컬… 이 모든 것들이 SOPHIE의 음악에서는 감정이자 정체성의 확장이었습니다. 그녀는 “나는 진짜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새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하이퍼팝의 철학이 되었죠. 사운드는 왜곡되고, 정체성은 유동적이며, 감정은 재조립됩니다. 2021년 그녀의 사망 이후, SOPHIE는 하이퍼팝 신(Scene)에서 전설이 되었고, PC Music은 더욱 신화적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왜 이런 음악이 사랑받았을까?
처음 PC Music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이게 뭐야? 왜 이렇게 가짜 같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보면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이미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 우리의 SNS 감정 표현, 과장된 이모지, 인스타용 꾸며진 삶, 오토튠처럼 정제된 자기소개… PC Music은 이런 시대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정서를 재구성합니다. 우리는 오히려 그 ‘가짜 같음’ 속에서 진짜 자신을 찾습니다. 그것이 바로 PC Music이 가진 역설적인 매력입니다.
대표곡 소개: Hannah Diamond – “Attachment” (2014)
PC Music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곡 중 하나는 Hannah Diamond의 “Attachment”입니다. 이 곡은 A. G. Cook의 제작 아래 완벽하게 조작된 보컬, 마치 장난감처럼 들리는 신디사이저, 그리고 과도하게 깨끗한 믹싱을 통해 현실보다 더 ‘디지털적인 감정’을 구현해냈습니다. 가사에는 연애 감정이 담겨 있지만, 그것은 뜨겁기보다는 오히려 차가운 느낌을 줍니다. “너와 나의 관계는 하나의 파일일 뿐”이라는 암시처럼, 이 곡은 감정을 ‘데이터’로 다루고 있죠. “Attachment”는 PC Music이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해체하고, 그 조각을 다시 디지털 방식으로 조립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진심이 느껴집니다.
하이퍼팝이라는 장르 아닌 장르의 탄생
PC Music은 결국 하이퍼팝(Hyperpop)이라는 새로운 파생 장르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특정한 규칙이 있는 장르가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팝 규칙을 과잉으로 밀어붙이는 운동’에 가깝습니다. BPM은 빠르고, 보컬은 왜곡되고, 장르는 팝, 트랩, EDM, 노이즈, 록까지 넘나듭니다. 그 안에는 자의식 과잉, 감정 과잉, 표현 과잉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잉’이 오히려 더 솔직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짜 같지만, 누구보다 진짜였던 사운드
PC Music은 음악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미 가고 있는 길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과감하게 소리로 보여준 실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오토튠을 숨기지 않고, 감정을 조작하며 표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진짜보다 ‘진짜처럼 보이기’가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시대에, PC Music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럼에도 너는 여전히 네 감정을 네 것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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