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Afrobeat vs Afrobeats: 비슷한 이름, 완전히 다른 리듬의 세계
Afrobeat와 Afrobeats.
이름만 보면 단수냐 복수냐의 차이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장르는 뿌리는 비슷하지만, 음악적 특징, 역사, 메시지, 사운드까지 완전히 다르다. Afrobeat는 1970년대 나이지리아에서 펠라 쿠티(Fela Kuti)에 의해 시작된 정치적 저항의 리듬이라면, Afrobeats는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 팝 음악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탄생한 현대 대중음악 장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장르의 차이점을 음악적 요소, 역사적 배경, 대표 인물, 문화적 의미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장르의 정의부터 다르다
구분 | Afrobeat | Afrobeats |
시대 | 1970~80년대 | 2000년대 이후 현재 |
창시자 | 펠라 쿠티(Fela Kuti) | 없음 (집단적 흐름) |
음악 성격 | 정치·사회 저항 중심 | 댄서블한 팝 중심 |
리듬 | 복잡한 폴리리듬, 브라스 중심 | 현대적 드럼 루프, 신스 기반 |
곡 길이 | 평균 10~20분 | 3~4분 |
언어 | 피진 잉글리시(Pidgin English) | 영어, 아프리카 지역어, 피진 혼합 |
Afrobeat: 저항이 음악이 된 순간
Afrobeat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이 장르는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나이지리아에서 펠라 쿠티(Fela Kuti)와 그의 밴드 ‘Africa ’70’에 의해 창조되었다. Afrobeat는 당시 군사 정권과 부패,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를 담은 저항의 음악이었다. 펠라는 영국에서 클래식을 배우고, 미국에서는 재즈와 블랙 팬서 운동을 접하며, 이 모든 영향을 음악에 담았다. 그 결과 Afrobeat는 전통 아프리카 리듬과 재즈, 펑크, 사이키델릭 락이 혼합된 혼종의 리듬으로 탄생했다.
대표곡 ‘Zombie’, ‘Water No Get Enemy’, ‘Sorrow Tears and Blood’는 그가 세상과 싸우고자 했던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가사는 피진 잉글리시로 작성되어, 서아프리카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갔고, 라이브 퍼포먼스는 단순 공연이 아니라 의식이자 선동이었다.
Afrobeats: 춤추는 글로벌 사운드
Afrobeats는 Afrobeat와는 전혀 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 이 장르는 2000년대 후반 나이지리아,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현대적 팝/댄스 음악이다. 특정한 창시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사운드와 인터넷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한 흐름이다.
Afrobeats는 기존 아프리카 리듬에 힙합, R&B, 레게, 일렉트로닉 요소를 접목한 스타일로, 더 쉽고, 더 짧고, 더 대중적이다.
Afrobeats는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연애, 자아, 파티, 일상적 감정을 다룬다. TikTok에서 춤추기 좋은 음악, 클럽에서 틀기 좋은 음악,
그리고 전 세계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 아티스트로는 Burna Boy, Wizkid, Davido, Rema, Ayra Starr, Tems 등이 있다. 이들은 Spotify와 Apple Music의 글로벌 차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Burna Boy는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아프리카 음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음악적 차이: 리듬, 악기, 구조
Afrobeat는 보통 곡 하나가 10~20분이다. 인트로만 해도 몇 분이 걸리고, 브라스 섹션, 기타 리프, 즉흥 솔로, 리드 보컬의 선창, 그리고 콜 앤 리스폰스가 이어진다. 한 곡 안에 최소 5~6가지 구성 요소가 반복되면서도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반면 Afrobeats는 트랙 길이가 대부분 3~4분 내외다. 디지털 드럼 루프, 베이스 신스, 멜로딕 훅(hook) 중심으로 구성되며,
구조는 전형적인 팝의 ‘Intro–Verse–Chorus–Bridge–Outro’를 따른다. Afrobeats의 리듬은 Afrobeat의 전통 리듬에서 영감을 받지만, 808 킥, 트랩 하이햇, EDM 루프와 섞이면서 훨씬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완성한다.
문화적 의미: 정신 vs 스타일
Afrobeat는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사상과 정체성의 표현이었다. 펠라 쿠티는 음악으로 사람들을 각성시키고자 했고,
그의 곡은 아프리카 사회의 병폐에 대한 비판서였다. 그래서 Afrobeat는 한 곡을 듣는 게 아니라, 하나의 운동, 하나의 철학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Afrobeats는 라이프스타일 중심이다. 패션, 춤, 영상, SNS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글로벌 Z세대의 트렌디한 문화 콘텐츠로 작동한다. 그래서 음악 외에도 Afrobeats 스타일의 댄스, 패션, 미디어 브랜딩이 함께 움직인다. Afrobeat가 ‘생각하게 하는 음악’이었다면, Afrobeats는 ‘즐기게 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깊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Afrobeats 역시 아프리카 정체성과 젊은 세대의 감각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21세기형 문화 파워다.
이름이 헷갈리는 이유는?
이 두 장르가 헷갈리는 이유는 Afrobeats라는 이름이 Afrobeat에 's'만 붙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전혀 다른 길로 진화한 음악이다. Afrobeats라는 명칭은 원래 해외 음반 유통사나 미디어가 “아프리카에서 온 음악”이라는 의미로 붙이기 시작했다. 이후 그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정착되면서, 지금의 장르 이름이 되었다. 즉, 이름이 비슷하지만 유전자는 다르고, 생애도 다르다. Afrobeat는 한 명의 천재가 만든 정신적 음악이고, Afrobeats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만들어가는 현재형 트렌드다.
서로 다른 음악, 같은 뿌리
Afrobeat와 Afrobeats는 같은 뿌리에서 자란 서로 다른 가지다. 하나는 아프리카의 과거와 저항을,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의 현재와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Afrobeat가 없다면 Afrobeats도 없었다. 하지만 Afrobeats가 있었기에 Afrobeat의 정신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시간과 문화의 흐름 속에서 공존하는 형제 같은 존재다.
이제 여러분도 두 음악의 차이를 알고 나면,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대와 감정까지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