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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음악을 바꾼 기계들: 진짜 소리를 듣다 - 모니터링 장비의 숨은 역사

 

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Vibe입니다.

 


“우리가 듣는 건 음악일까요, 아니면 착각일까요?”

오늘은 여러분께 조금은 낯설고, 하지만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우리가 듣는 음악이 진짜인지, 착각인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여러분, 음악 좋아하시죠?
음악을 듣고 감동받은 순간, 한 번쯤 있었을 거예요. “와, 이 소리 미쳤다”라든가, “이 보컬 진짜 찢었다” 같은 감탄들요. 그런데요, 그런 음악을 만든 사람들, 그러니까 작곡가나 프로듀서, 믹싱 엔지니어들은…그 감동보다 더 앞서서 이런 걸 고민해요. “이 소리, 진짜 맞나?” 우리가 흔히 ‘좋게 들리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것과, ‘사실적으로 들리는 음악’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

여러분, 우리가 TV를 살 때 “사운드가 풍부해요”라는 말 듣잖아요? 근데 그 풍부한 소리라는 게 뭐냐면요, 고음이 약간 더 강조되고, 저음이 좀 부풀려져서…그냥 듣기 좋게 조작된 소리라는 거예요. 이건 뭐와 같냐면, 미세 보정이 잘 된 셀카 같은 거예요. 실제로 본 얼굴이랑은 조금 다르죠. 그런데… 너무 잘 찍혔고, 보기 좋으니까 넘어가요. 문제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음악을 '보정 전' 상태로 봐야 하거든요. 그래야 진짜로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어떤 악기 소리가 튀고, 어떤 대역이 묻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가 바로 모니터링 장비입니다.

 

 

‘모니터링’이라는 이름의 귀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 봅시다. 모니터링 장비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좋은 스피커’랑은 조금, 아니, 완전히 다른 세계예요.

모니터 스피커, 모니터 헤드폰. 이 둘은 ‘좋게’ 들리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들리게 설계된 장비예요. 주파수 반응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최대한 플랫하게 유지해서 음의 전체 밸런스를 정확하게 들려주는 것이 핵심이에요. 즉, 프로듀서가 “아, 이 곡에서 킥이 너무 강하다”라고 느낀다면, 그건 정말로 킥이 강한 거예요. 좋은 소비자용 스피커에서는 그게 덜 느껴질 수 있지만, 모니터링 장비에서는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장비들은 약간 ‘잔인해요’. 꾸며주지 않아요. 그냥 다 보여줘요.

 

 

Yamaha NS-10M: 좋지 않은데, 왜 전설이 됐을까?

자, 여기서 아주 유명한 스피커 하나 소개할게요. Yamaha NS-10M이라는 제품이에요. 이 스피커는요… 딱 들으면 “어? 소리 별로인데?”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음도 약하고, 전체적으로 밋밋해요. 그런데 이게 왜 수많은 스튜디오에서 전설처럼 쓰였을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결점을 너무 잘 드러내니까. 엔지니어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NS-10에서 괜찮으면, 어디서 들어도 괜찮다.” 이건 마치 거울로 본 자기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도, 거울이 가장 현실적이라면, 거기에 맞춰 화장을 하겠다는 말과 비슷해요.

 

 

기술로 감각을 ‘재조정’하는 사람들

우리 귀는 생각보다 믿을 수 없는 도구예요. 예를 들어요, 볼륨이 커지면 고음과 저음을 더 풍부하게 느낀다는 러드먼 효과가 있고요.
사람은 특정 주파수—특히 1kHz 부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해요. 그리고 공간도 소리를 왜곡해요. 같은 음악을 좁은 방과 넓은 홀에서 들어보면 완전히 다르죠. 그래서 스튜디오에서는 어쿠스틱 튜닝을 해요. 벽면에 흡음재를 붙이고, 반사음이 섞이지 않게 조절해요. 그런 공간에서, 좋은 모니터 스피커로 들으면 비로소 소리의 ‘진짜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헤드폰만으로 충분할까?

요즘은 홈레코딩 시대니까, 많은 분들이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작업을 해요. 공간 제약도 있고, 이웃 때문에 스피커 사용이 어렵죠. 헤드폰은 장점도 있어요. 외부 소음을 차단해주고 아주 미세한 디테일까지 잘 들려줘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입체감이 부족하고요, 양쪽 귀에 동일한 신호가 들어오니, 공간감을 느끼기 어렵죠. 그리고 장시간 사용하면 귀 피로가 쌓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보통 헤드폰과 스피커를 병행합니다. 양쪽의 장단점을 이용해서, 진짜 균형 있는 사운드를 찾아가는 거죠.

 

 

감성이 아니라,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장비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해볼게요. 우리가 음악을 감상할 때는 감성이 중요해요.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기준’입니다. 그 기준은 어디서 오냐고요? 바로 정확한 소리,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기본값’으로 삼을 수 있을 때 생겨요. 모니터링 장비는 그래서 그냥 장비가 아니에요. 그건 ‘귀’이고, ‘기준’이고, 창작자가 끝없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유일한 신뢰 가능한 답변이죠.

 

 

 

진짜를 들으려는 인간의 의지

여러분, 이제 다시 묻고 싶어요.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듣고 있는 걸까요?

그 음악 자체일까요, 아니면 그걸 해석한 기기들의 조합일까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요, 그 모든 기기, 감각, 심리를 벗겨내고 가장 날것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니터링 장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철학적 태도가 됩니다.

진짜를 듣기 위해, 자기 귀를 믿지 않고 다시 검증하는, 그 겸손한 자세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