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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음악을 바꾼 기계들: “축음기에서 테이프까지, 소리를 기억하게 만든 기계들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Vibe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우리가 듣는 음악, 그건 사실 ‘공기의 흔들림’이에요. 누가 피아노를 치면, 그 줄이 떨리죠. 그 떨림이 공기를 흔들고, 그 공기가 여러분 귀 속 고막을 흔들어서… “아, 이게 소리구나” 하고 느끼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그 흔들림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 떨림을… 병에 담듯이,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걸 해냈어요. 그리고 그게 ‘축음기’라는 기계였습니다. 축음기는 처음으로 “지금 나는 이 소리”를 나중에 다시 꺼내듣게 만든 물건이에요. 마법 같죠? 그런데, 원리는 전혀 마법이 아니에요. 지극히 단순하고, 기계적이고, 그리고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테이프 레코더’라는 훨씬 똑똑한 친구가 등장하죠. 자, 지금부터 그 기계들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함께 풀어볼게요.

 

 

축음기 - 진동을 긁어서 소리로 만드는 기계

축음기는 놀랍게도 전기 없이 작동합니다. 진짜예요! 콘센트도 배터리도 필요 없어요. 원리는 이래요. 소리가 나면 공기가 흔들리겠죠? 이 흔들림을 얇은 판(진동판)이 느껴요. 그 진동판에 바늘이 붙어 있고, 그 바늘이 회전하는 원통이나 원반에 ‘소리 모양’대로 홈을 파요. 그게 끝이에요. 정말이에요!

나중에 다시 들을 땐, 같은 바늘이 그 홈을 다시 따라가요. 그러면 바늘이 또 진동하고, 진동판이 흔들리고, 큰 나팔(혼)이 그 소리를 키워서 들려주는 거예요. 이건 말 그대로, “소리의 길”을 손으로 새긴 것이에요. 그래서 축음기를 듣는 건, 단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소리를 새긴 흔적’을 읽는 일이 되는 거죠.

 

 

축음기의 발전사 - 디스크, 전기, 그리고 음악의 가정용화

축음기의 여정은 1877년, 에디슨이 실린더 방식 축음기를 만든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에는 ‘왁스 원통’에 소리를 새겼어요. 네, 정말 촛농 같은 원통이에요. 하지만 그건 복사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1887년에, 베를리너라는 똑똑한 사람이 디스크 방식, 즉 평평한 원반을 고안해요. 이게 바로 우리가 아는 ‘음반’의 시작이죠.

이 디스크는 복제가 쉬웠고, 만들기도 저렴했어요. 1920년대부터는 전기식 축음기가 등장합니다. 더는 손으로 돌릴 필요가 없었고, 소리도 훨씬 안정적으로 재생됐죠. 그렇게 축음기는 점점 소형화되고, 정밀해지고, 드디어 가정의 거실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LP라는 기적 같은 판이 등장하죠.

 

 

LP판 – 소리 저장의 새로운 가능성

LP는 ‘Long Playing’의 줄임말이에요. 말 그대로 길게 재생되는 판이죠. 1948년에 등장한 이 판은, 한 면에 20분 넘는 음악을 담을 수 있었어요. 그전엔 3~5분이면 끝났거든요. LP판은 회전 속도도 느리고(33⅓ RPM), 재질도 훨씬 부드럽고 정교해요. 이전에는 ‘셸락’이라는 딱딱한 재료를 썼는데, 이제는 폴리염화비닐(PVC)이라는 재료를 쓰죠. 그래서 더 튼튼하고, 더 조용하고, 소리가 더 좋아졌어요.

그 결과, 음악은 드디어 ‘앨범’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됩니다. 노래 한 곡이 아니라, 테마가 있는 여러 곡을 한 판에 담는 거예요. 그리고 커버 디자인까지, 예술이 되는 거죠. LP판은 단지 음악 저장 기술이 아니라, 음악 감상의 문화를 통째로 바꾼 발명품이었습니다.

 

 

축음기가 바꿔놓은 ‘음악의 시간’

축음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음악은 언제나 한 번뿐이었어요. 연주자가 연주하면, 끝. 다시 듣고 싶으면? 또 불러야 했어요. 그런데 축음기는 음악을 ‘붙잡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어요. 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음악을 기억하고, 분석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덕분에 ‘경청’이라는 문화가 생겨났고, 음악은 단지 순간적인 예술이 아니라 ‘기록되는 예술’로 바뀐 거죠. 이건 단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감성의 진화였어요.



테이프 레코더 – 이제는 소리를 다듬을 수 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질문이 생겼어요. “소리를 기억할 수는 알겠는데, 이걸 더 선명하게, 길게, 심지어 편집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나온 게 테이프 레코더예요. 이건 마치 축음기가 학교라면, 테이프는 연구소예요. 원리는 조금 다릅니다.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꾼 다음, 그 신호를 자기장으로 바꿔서 테이프에 저장해요. 테이프는 얇은 플라스틱 끈처럼 생겼는데, 여기에 자석으로 소리를 남기는 거예요. 나중에 다시 재생할 땐, 그 자기를 읽어서 다시 전기로 바꾸고, 스피커로 소리를 내는 거죠. 이 방식은 깔끔하고, 복사도 쉽고, 편집까지 가능해요. 그래서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같은 뮤지션들은 곡을 자르고, 붙이고, 다시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테이프 레코더는 음악의 제작 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축음기 vs 테이프 – 누가 더 똑똑할까?

 

구분 축음기 테이프 레코더
저장 방식 바늘로 홈을 새김 (기계적) 자기장 기록 (전자적)
재생 방식 홈을 따라 바늘이 진동 테이프의 자기 신호 읽기
음질 거칠고 따뜻한 소리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
복사 가능 여부 어렵고 품질 저하됨 쉬움, 품질 유지됨
편집 가능성 불가능 자르고 붙이고 마음대로 가능



처음 녹음된 소리 – 소리의 사진을 찍다

1877년, 에디슨은 “Mary had a little lamb”이라는 동요를 축음기에 녹음합니다. 이건 세상에서 처음으로 사람 목소리를 붙잡은 순간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그 당시는 기적이었죠. 한 세기 뒤, 1950년대에는 테이프 레코더가 대중화되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기술로 음악을 재창조합니다. 단순히 노래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편집하고,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마무리 – 음악을 이해하려면, 기계도 알아야 한다

축음기와 테이프 레코더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 기계들은 감정을 시간 너머로 보낼 수 있는 수단이었다. 축음기가 없었다면 누군가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고, 테이프 레코더가 없었다면 음악은 지금처럼 다양하고 정교하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은 결국 사람의 감성이다. 하지만 그 감성을 잡아두기 위해선, 누군가는 기계를 발명하고, 원리를 이해하고, 소리를 ‘붙잡을’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기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