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Vibe입니다.
클래식부터 디스코, 록, 뉴에이지까지 - Moog 신디사이저는 음악 장르를 어떻게 바꿨을까? 대표 음악과 함께 전자악기의 문화사를 살펴 볼까요? 인간은 오랫동안 악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증명해 왔다. 피아노는 이성과 균형을, 기타는 분노와 열정을, 바이올린은 그리움과 유려함을 들려주었다. 악기는 몸의 연장선이었고, 감정은 손끝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음악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을 마주한다. 누군가 전선을 만지자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에서 감정이 흘렀다. 그 순간, 음악은 물리적인 ‘연주’에서 벗어나 사우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달했다. 그 중심에, 마치 SF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하나의 기계가 있었다. 수많은 노브와 케이블, 그리고 가느다란 진공관으로 이루어진 이 기계는 이후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다시 쓰게 만든다.
그 이름은 Moog Modular Synthesizer, 사람들은 그것을 ‘무그’라고 불렀다.
클래식의 구조를 해체한 기계 – 웬디 카를로스와 바흐의 재해석
클래식은 질서의 음악이다. 음표는 수학처럼 정돈돼 있고, 조성과 화성은 감정의 경로를 안내한다. 그런데 누군가 그 정돈된 세계를 전자 회로로 바꾸어 버렸다. 1968년, 웬디 카를로스는 바흐의 음악을 무그 신디사이저로 연주한 앨범, <Switched-On Bach>를 발표한다. 그녀는 클래식 전공자이자 전자공학자였고, 동시에 ‘질문하는 음악가’였다. 바흐의 “Brandenburg Concerto No.3”가
모듈러 신스를 통해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저건 음악이야, 소리야?” 그러나 이 음반은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하고, 그래미상을 받으며 선언했다. 기계도 감정을 설계할 수 있다.
뇌에서 우주까지 – 프로그레시브 록의 사운드 실험실
1970년대, 록 음악은 자아의 깊이를 탐험하기 시작한다.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킹 크림슨…
그들은 기타 대신 회로를 퉁겼고, 감정 대신 신경계를 울렸다. 키스 에머슨은 그 흐름의 선두에 섰다. 그는 Moog Modular를 무대 한복판에 세우고, 마치 오르간 연주자처럼 연주했다. 대표곡: “Lucky Man” – 마지막 Moog 솔로는 음악보다 외침 같았다.
무그는 이 순간,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된다. 록은 이제 감정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고, 해체하는 장르가 되었다.
전자음악의 첫 멜로디 – “Popcorn”이라는 혁명
1972년, 전 세계 라디오에 낯설고도 중독적인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 “띠띠 띠띠, 띠띠띠. 띠띠 띠띠, 띠띠띠…”
이 단순한 음표의 반복은 세상의 리듬을 바꿔버렸다. Gershon Kingsley의 "Popcorn”. 이 곡은 1969년에 Moog Modular를 사용해 만들어진 최초의 히트 팝 전자음악 중 하나였다. 놀라운 건, 이 음악에는 보컬도, 기타도, 드럼도 없었다. 순수한 전자 파형만으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었다는 것. “Popcorn”은 디스코, 일렉트로팝, 테크노까지 수많은 장르의 출발점이자 유전자였다.
디스코에 감정을 심다 – 조르조 모로더의 사운드 혁명
디스코가 ‘댄스 음악’에서 ‘전자음악’으로 넘어가는 문턱에, Moog가 또 한 번 등장한다.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는 1977년, 도나 서머(Donna Summer)의 “I Feel Love”에서 모그 베이스라인을 반복하며 곡 전체를 구성한다. Moog로 구성된 첫 번째 디스코 히트곡. 그 베이스는 단순한 저음이 아니었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리듬을 만들고, 감정을 밀어냈다. 무그는 이 곡을 통해 음악의 시간성을 바꾸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운드의 흐름, 그것이 바로 디스코의 본질이었다.
뉴에이지와 무한한 감정 – 장 미셸 자르와 반젤리스
Moog의 사운드는 어떤 이에게는 기술이었고, 어떤 이에게는 우주의 언어였다. 장 미셸 자르(Jean-Michel Jarre)는 “Oxygène IV”에서 공기, 시간, 공간을 Moog로 재구성한다. 그는 음악을 구성하는 것이 음표가 아니라 감각의 연속이라고 믿었다.
반면, 반젤리스(Vangelis)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무그로 미래 도시의 외로움을 묘사한다. (“Blade Runner Main Titles”)
그 소리는 인류가 만든 도시에 울리는 외로운 심장박동 같았다. Moog는 자연과 미래, 인간과 기계를 감정의 한 언어로 묶어내는
사운드 철학자들의 악기였다.
현재진행형의 유산 – Lo-Fi, 인디, 레트로 사운드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들은 Moog를 떠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Moog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늘 약간 불안정하고, 온도가 있다. Mac DeMarco는 Moog 베이스로 슬픔을 표현했고, Tame Impala는 Moog로 향수와 몽환을 노래했다.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 Tame Impala, “Awake” - Tycho. 이제 Moog는 복고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감성이다. 오히려 완벽한 디지털 사운드보다 진심에 가까운 소리. 그것이 다시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Moog는 악기가 아니라 감정의 알고리즘이다
무그 신디사이저는 장르를 바꾸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장르가 음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악기였다. 바흐도, 디스코도, 앰비언트도, 모두 무그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됐다. 그 소리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이 소리는 누구의 감정인가?”
마무리 – 감정은 회로를 타고 흐른다
음악은 언제나 인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Moog는 그 이야기를 전기와 파형, 진동의 언어로 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도 울었다. “Popcorn”이 우리를 웃게 했고, “Blade Runner”는 울게 만들었다. Moog는 그렇게 기계의 심장 안에 사람의 감정을 넣는 데 성공했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도 질문할 것이다. “기계도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Moog는 이미 오래전,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버렸다. “기계도, 할 수 있어.”